지난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한국의 여러 교회에서 모인 500명의 순례자들이 일본 규슈의 항구 도시 나가사키를 방문하여, 순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깊은 영적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나가사키는 16세기 복음이 일본에 전해진 이후, 가장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살았던 선교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나 17세기 초, 기독교는 금지 종교로 선포되었고, 신앙을 지킨다는 이유로 수많은 성도들이 고문과 화형, 십자가형으로 순교했습니다. 특히 ‘후미에(踏絵)’라는 배교 의식을 강요당하며, 신앙과 생명 사이에서 극한의 결단을 해야 했던 역사는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탐방 일정 중 방문한 ‘니시자카 언덕’은 1597년 2월 5일, 26인의 신자들이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한 곳으로, 그 중에는 12세 소년 루도비코 이바라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순교를 앞두고 “이제 예수님을 만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찬송을 부르다 생을 마감했습니다.

기독교 박해가 수세기 동안 지속되었음에도, ‘카쿠레 기리시탄(숨겨진 그리스도인들)’은 성경도 목회자도 없이 입으로 복음을 전하며 믿음을 지켜왔습니다. 놀랍게도 19세기 후반 서양 선교사들이 다시 일본에 들어왔을 때, 나가사키에는 여전히 복음을 기억하는 공동체가 존재했고, 이들은 “당신들은 우리가 기다리던 사람들입니다”라고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번 탐방은 단순한 역사 여행이 아니라,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진 복음의 진정한 무게를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순례자들은 “믿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복음을 살아내는 삶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감당해야 할 순교”라는 다짐을 새롭게 하며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 5.19-23 일본 나가사키 순교지 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