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수 목사 칼럼

세미한 음성

하나님 앞에서 고요히 머물러 있을 때, 그때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너무 분주한 삶, 너무 생각이 많은 삶, 쉬지 않고 달리는 삶은

우리 안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빼앗아 가고 결국 우리를 불안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오늘은 “세미한 음성”이라는 제목으로, 엘리야가 들었던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 그리고 시편과 여러 말씀 속에 흐르는 “잠잠히 기다리는 신앙”에 대해 나누어 보려 합니다.

조용히 묵상하며 천천히 읽어가신다면, 우리의 영혼이 조금은 속도를 늦추고 고요함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나는 새벽의 고요한 시간을 너무 좋아합니다. 

강한 바람, 지진, 불꽃보다 더 깊은 것

열왕기상 19장에서 엘리야는 지쳐 있었습니다. 갈멜산에서 큰 승리를 경험했지만, 이세벨의 무서운 위협 앞에서 그는 도망자가 되었고, 로뎀나무 아래에서 “차라리 나를 데려가 달라”고 말할 정도로 깊은 절망과 번아웃을 겪습니다.

그런 엘리야를 하나님은 호렙산으로 부르십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런 장면이 펼쳐집니다

•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었습니다.

• 그 뒤에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 또 그 뒤에 불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바람 가운데 계시지 아니하며… 지진 가운데도 계시지 아니하며… 불 가운데도 계시지 아니하더니, 불 후에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

이것이 바로 엘리야가 들은 “세미한 음성” 입니다. 눈에 보기에 대단한 현상이 아니라, 귀를 찢는 소리가 아니라, 세상을 뒤흔드는 이벤트가 아니라, 조용하고 소박한, 그러나 깊이 스며드는 하나님의 속삭임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 큰 표적을 보여주세요! 분명하고 강력한 음성으로 말씀해 주세요!”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때로, 아니 대부분 세미한 음성으로 말씀하십니다.

왜일까요?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소리를 지르지 않으셔도 될 만큼, 우리 곁에 가까이 오셔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너무 시끄러워서, 사실은 안 들리는 것들

우리의 일상은 소리로 가득합니다. 알림 소리, 메시지, 뉴스, 영상,남의 이야기, 라디오, TV , 내 걱정, 내 생각…

겉으로는 조용히 앉아 있어도

머릿속에서는 수십 개의 생각이 동시에 돌아가고, 마음은 이미 내일과 내년에 가 있고, 불안과 염려가 끊임없이 말을 걸어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 왜 제게 말씀하지 않으세요? 왜 아무 응답이 없으신가요?”

그러나 정말 하나님이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것일까요? 아니면,너무 많은 소리에 둘러싸인 나 스스로가 그분의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일까요?

엘리야가 세미한 음성을 들은 것은 사람들 사이의 소란이 아니라,

광야와 동굴의 고요 속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때로는 그런 “영적인 동굴”이 필요합니다.

모든 소리를 끄고, 하나님 앞에 잠시라도 멈춰 서는 시간 말입니다.

“내 영혼이 잠잠히 주를 바람이여” 

시편 131편은 짧지만, 영혼의 고요함을 아주 아름답게 보여주는 시입니다.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오며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시편 131편 )

여기서 시편 기자는 자기 영혼의 상태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큰일, 대단한 일, 놀라운 일을 쫓지 않고, 교만과 오만을 내려놓고 젖 뗀 아이처럼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

젖을 떼기 전의 아이는 배고프면 울고, 불편하면 울고, 늘 무언가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젖 뗀 아이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단지 “있음” 자체로 만족할 줄 아는 아이입니다.

시편 기자는 말합니다.

“내 영혼을 그렇게 만들었다.

하나님 앞에서, 어머니 품에 안긴 아이처럼.”

이것이 바로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상태입니다.

무언가를 쟁취하려고 몸부림치는 마음이 아니라, 하나님의 품 안에서 고요히 쉬는 마음입니다.

잠잠히 기다리는 사람에게 주시는 은혜

성경은 여러 곳에서 “잠잠히 기다리라”고 말씀합니다.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 (시편 37편)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시편 62편)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시편 46편 10절)

혼란과 위기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잠잠할 것을 명하시는 대표적인 말씀입니다.

“모든 육체여 여호와 앞에서 잠잠할지어다. 이는 여호와께서 그의 거룩한 처소에서 일어나셨음이라.”(스가랴 2장 13절)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침묵과 경외를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고,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거늘…”

(이사야 30장 15절)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회복의 원리를 “조용함”과 “잠잠함”으로 설명합니다.

“사람이 여호와의 구원을 바라고 잠잠히 기다림이 좋도다.”

“사람이 젊었을 때에 멍에를 메는 것이 좋으니… 홀로 앉아 잠잠할지어다.”

(예레미야 애가 3:26~28절)

고난 중에 하나님을 기다리는 잠잠함의 가치가 강조됩니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출애굽기 14장 14절)

결정적 순간에 인간적 움직임을 멈추고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말씀입니다.

잠잠함은 단순히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신뢰 속에서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는 상태입니다.

잠잠히 기다린다는 것은

“제가 할 것은 했습니다.이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라고 고백하는 믿음의 태도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너무 빨리 달려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빨리 결과를 보고 싶고

빨리 인정받고 싶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고

빨리 다음 단계로 가고 싶어서

기도도 “빨리 응답받기 위한 수단”이 되고, 말씀도 “빨리 힘 얻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은

속도를 늦춘 사람, 잠시 멈추어 선 사람, 잠잠히 기다리는 사람의 영혼에 가장 깊이 스며듭니다.

세미한 음성을 듣는 몇 가지 실제적인 연습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영적 습관을 제안해 봅니다.

1) 의도적으로 “빈 시간”을 만들기

하루 중 5분, 10분이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십시오.

휴대폰을 멀리 두고

알림을 끄고

눈을 감거나,

한 구절의 말씀만 앞에 두고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주님, 지금 이 시간 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주님 앞에 잠잠히 머물겠습니다. 말씀하시면, 듣겠습니다.”

이 짧은 연습이 우리 영혼의 소음을 줄여줍니다.

2) 말씀 한 구절을 “천천히 씹기”

성경을 읽을 때 “양 많은 독서”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한 구절을 반복해서 묵상하는 것이 세미한 음성을 듣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오늘 말씀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 구절을 하루 동안 계속 붙잡아보는 것입니다.

“젖 뗀 아이가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시편 131편)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며…” (시편 62편)

이 말씀을 하루에 몇 번씩 입으로 작은 소리로 읽고, 마음속으로 되뇌며 그 말씀이 내 안에서 울림이 되도록 천천히 씹어보는 것입니다.

3) 감정의 소리를 먼저 들어보기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기 위해서는 먼저 내 감정의 소리를 인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금 나는 불안한가, 화가 났나, 두려운가, 지쳤나?”

이 감정을 솔직하게 하나님께 말씀드리십시오.

“주님, 저는 지금 너무 지쳤습니다.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합니다. 미래가 두렵습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하나님 앞에 내려놓을 때, 그 자리에 비로소

하나님의 세미한 위로와 진짜 음성이 들어올 자리가 생깁니다.

세미한 음성은 ‘정답’이 아니라 ‘동행’으로 온다

우리는 때로 하나님의 음성을 “정답”으로만 생각합니다.

“이 길로 가라, 저 길로 가라.”

“이걸 해라, 저건 하지 마라.”

물론 하나님은 우리의 진로, 결정을 인도하십니다.

그러나 세미한 음성의 가장 깊은 핵심은 ‘길 안내’가 아니라 ‘동행의 선언’일 때가 많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내 것이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엘리야에게 하신 음성의 중심도

“무슨 일을 하라”는 명령 이전에,

지친 종을 찾아오신 하나님의 임재와 동행의 회복이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미한 음성을 듣는다는 것은

반드시 특별한 사명을 받는다는 뜻만이 아니라, 지금 이자리에서,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조용히 깨닫는 것입니다.

오늘, 나에게 주시는 세미한 음성은 무엇일까?

이제 글을 마무리하며 이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져봅니다.

“오늘, 하나님은 나에게 어떤 세미한 음성으로 말씀하고 계실까?”

어쩌면 이런 음성일지 모릅니다.

• “너무 서두르지 말아라.”

• “괜찮다, 나는 네가 애쓰고 있는 것을 다 안다.”

• “조금 쉬어도 좋다.”

• “결과보다 네가 나를 바라보는 그 눈길이 더 소중하다.”

•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라.”

소리는 크지 않지만, 이 음성은 우리 영혼의 깊은 곳을 만지십니다.

🙏주님,

저의 삶이 너무 분주하여

주님의 세미한 음성을

놓친 적이 많았습니다.

이제 잠시 멈추어 서서

주님 앞에 잠잠히 머물기를 원합니다.

제 마음의 소음을 낮추어 주시고,

젖 뗀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긴 것처럼 주님 안에서 고요하고 평온한 영혼이 되게 하소서.

크고 놀라운 일이 아니라,

조용한 순종과 작은 믿음 속에서

말씀하시는 주님의 속삭임을

듣게 하소서.

오늘도 저와 동행하시며

“내가 너와 함께 있다” 말씀해 주시는 세미한 주님의 음성을 놓치지 않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