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수 목사 칼럼

거룩한 낭비

세상은 언제나 효율을 말합니다.

시간을 아끼고, 자원을 절약하고, 결과를 극대화하라 합니다. 

모든 것이 규격화, 제도화되고 면허증, 자격증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더 빠르게 일하고,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기업과 개인 모두 ‘낭비 없는 운영’을 목표로,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과정보다 성과, 내면의 성찰보다 결과물의 수치가 중요시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회는 자연스럽게 규격화와 제도화로 나아갑니다.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공인된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라이센스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앙의 세계에는 세상의 계산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낭비’라고 부르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헌신’이라 부르십니다. 하나님의 계산법은 많이 다릅니다. 

그것을 우리는 거룩한 낭비라고 부릅니다.

*한 여인이 값비싼 향유 한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께 부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 행동을 꾸짖었습니다.

“이 향유를 팔아 가난한 자를 도왔으면 얼마나 유익했을까?”

하지만 예수님은 “그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 하셨습니다(마 26:10).

사랑은 계산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여인의 낭비는 헛된 허비가 아니라, 주님께 향한 순전한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이 잉태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 고백했습니다.

젊은 여인으로서의 명예와 미래를 내려놓은 일은 세상적으로는 무모한 선택이었지만, 그 순종을 통해 구원의 역사가 열렸습니다.

때로 하나님은 우리의 ‘합리적 계산’을 넘어서는 순종을 요구하십니다. 그것이 사람의 눈에는 낭비처럼 보여도, 하나님의 눈에는 은혜의 통로입니다.

*예수님을 집에 모신 마르다는 바쁘게 일했고, 마리아는 조용히 주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들었습니다.

세상은 마르다의 부지런함을 칭찬하겠지만, 예수님은 마리아를 향해 “ 좋은 편을 택하였다”고 하셨습니다.

말씀 앞에 머무는 시간은 세상적으로는 ‘비효율’일지 몰라도, 영혼을 살리는 가장 거룩한 시간의 사용입니다.

*광야의 성막을 위해 백성들은 금과 은, 보석을 아낌없이 드렸습니다.

다윗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며 “내가 값없이 내 하나님 여호와께 번제를 드리지 아니하리라”(삼하 24:24)고 고백했습니다.

그들은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감사하기 때문에 드렸습니다. 거룩한 낭비란 결국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드려진 시간, 헌신, 눈물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세상의 시선에서는 허비처럼 보여도,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영원한 향기가 되어 기억됩니다.

오늘도 우리는 계산보다 사랑을, 효율보다 헌신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것이 거룩한 낭비의 삶, 곧 하나님께 드려진 인생입니다.

[마태복음 26:13]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서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 하시니라

잘 알려진 짐 엘리엇 선교사의 순교 이야기입니다. 

시카고에 위치한 복음주의 기독교 학교인 휘튼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교수직을 받게 된 짐 엘리옷은, 어느 날 남미 에콰도르의 야만적 원시 살인족인 아우카족이 너무나 흉악하여 아무도 그들에게 접근하지 못해 복음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글을 접하고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자신이 아우카족에게로 들어가 복음을 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짐 엘리엇과 4명의 선교사들은 핼리콥터를 타고 에콰도르 동쪽에 있는 쿠라라이 강가에 착륙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곳에 들어간 후 몇 달간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마침내 그들을 찾기 위한 수색대가 편성되었고, 그곳을 수색한 결과 그들은 참혹하게 창과 도끼에 찢겨져 죽어 있었습니다.

당시 사진 잡지 'Life' 지는 복음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원주민들에 의해 29세의 나이로 살해된 짐 엘리엇과 동료 선교사들의 죽음과 유품 사진을 크게 보도했고, 온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애도함과 동시에 “이 무슨 불필요한 낭비인가! 이 얼마나 인적 물적 낭비인가” 라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람들은 젊은 선교사들의 순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수년전 아프카니스탄의 샘물교회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많은 젊은이들이 선교의 진로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는 그가 평소 남긴 글을 보여주면서 말했습니다.

“원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면 그것은 낭비입니다. 그러나 제 남편은 꿈을 이루었습니다. 감히 그가 이룬 꿈을 낭비라 하지 말아 주십시요.”

놀라운 사실은 그들은 총을 갖고 있으면서도 총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순교했다는 것입니다.

맹수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가져 갔을 뿐 복음을 전해야 할 대상을 죽이기 위해 총을 가져간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막다른 상황에서도 총을 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의 아내가 간호사 훈련을 받고 아우카 족에게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녀는 남편을 무참하게 죽인 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들고 갔습니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글을 가르쳐주고, 병자를 정성껏 간호해 주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우카족은 남자는 죽이지만, 여자는 연약하므로 여자를 죽이는 자는 비겁한 자로 낙인 찍힌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사실도 모르고 죽을 각오를 하고 그곳에 들어가 5년 동안 살면서 그들에게 정성을 다해 사랑을 베풀고 간호사로 헌신했습니다.

5년 사역을 마치고 안식년을 맞아 본국으로 돌아 갈 즈음에 추장은 온 부족들을 모아놓고 파티를 열어주었습니다.

추장은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늘 저희들과 함께 고생하고 치료해 주시고, 앞장서서 고통 당하는 자와 함께 하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왜 우리를 위해 그토록 고생하며 희생합니까?”

그녀는 “그것은 제 남편이 당신들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추장은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남편을 모릅니다. 당신 남편이 누구입니까?”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습니다.

“사실은 10년 전에 당신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왔다가 죽임을 당한 그 사람이 바로 저의 남편입니다. 

저와 제 남편이 당신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주려 여기에 왔습니다.

그리고 제 남편보다 당신들을 더 사랑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기쁜 소식인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우카 부족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우리의 창과 도끼로 살해당한 사람이 당신의 남편이라니..., 그런데 당신은 우리들에게 큰 희생과 봉사로 사랑을 베풀다니ᆢ'

그날 그 자리에서 아우카 부족의 모든 사람들은 짐 엘리엇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엘리엇을 통해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영접했습니다.

남편을 죽인 장본인이었던 ‘키모’는 부족 최초로 목사가 되었습니다.

또한 순교한 선교사들의 두 자녀 중 두 명이 아버지가 순교한 강가에서 세례를 받았으며, 엘리엇의 딸은 아우카족과 함께 살았습니다.

짐 엘리엇이 순교한 지 36년이 지난 1992년에 순교했던 현장에서 신약성경 봉헌 예배가 드려지기도 했습니다.

짐 엘리엇이 학교 다닐 때 쓴 일기장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영원한 것을 얻기 위해 영원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일은 결코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다”

만약 짐 엘리엇이 창을 들고 달려드는 원주민들을 향해 총을 쐈다면ᆢ 아우카족에게 이렇게 놀라운 생명의 구원의 역사가 일어났을까요? 

총으로 목숨은 건졌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살인을 자책하며 평생을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눈에는 이들의 죽음이야말로 가장 헛돼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의 희생으로 얻은 복음의 열매는 얼마나 큰지요?

진리의 길은 설령 목숨을 버리더라도 영원한 생명을 얻기에 결코 어리석은 선택이 아닙니다.

세상 방식의 계산에 연연하지 않아야 복음의 발걸음이 시작됩니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를 따르면서도 세상의 계산 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하면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린도전서 15:19] 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 다만 이 세상의 삶뿐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이리라

바울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세상적 계산법으로 살았지만 성공이 보장된 길을 버리고 예수님의 길을 따랐습니다.

[디모데후서 2:15] 너는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인정된 자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라

세상 사람들은 주일에 쉬거나 놀러 가지 않고 예배를 드리기 위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한다고 합니다.

땀 흘려 열심히 번 물질을 아낌없이 헌금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물질을 낭비한다고 합니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하여 생면부지의 척박한 땅에 가서 목숨을 걸고 일생을 바치는 선교사님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낭비 중의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주님이 보시기에도 그것이 낭비로 보일까요?

계산적이고 생산성에만 붙들려 있는 우리의 세상적 관점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일들이 주님의 관점에서는 가장 고귀하고 쓰임받는 거룩한 사랑입니다.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은혜와 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님께 드릴 때는 너무나 인색하게 계산을 하며 드립니다.

거룩한 사랑의 낭비는 세상적인 계산법을 넘어서서 자신을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거룩한 사랑의 낭비의 원형은 바로 예수님이요 하나님 아버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죄투성이인 우리를 속죄하기 위해 하나님이신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어 십자가에 달려 죽게 하셨습니다.

아마도 사탄은 ‘저 부패한 인생들이 뭐길래 당신의 아들을 희생하느냐’며, 인간이 하나님을 위해 한 것이 없는데도 그들을 위해 독생자를 보내신 하나님의 거룩한 사랑의 낭비를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가지신 고귀한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신 것이 최고의 거룩한 희생이요, 최고의 거룩한 낭비인 것 입니다.

우리 모두 세상적, 계산적인 사랑에서 벗어나 거룩한 사랑의 낭비를 삶 속에서 실천하며 하나님의 계산법으로 영원한 것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서 예수님의 생명의 구원의 역사에 동참하시길 기도합니다. 

🙏사랑의 하나님 아버지!!

짐 엘리엇 선교사가 영원한 것을 얻기 위해 영원하지 않은 것을 버렸듯이 저도 주님 나라 확장을 위해 온전한 헌신과 뜨거운 사랑을 실천하게 하소서.

즉각적인 순종과 실천, 계산을 초월한 사랑과 감사, 겸손함으로 온 맘과 생명과 뜻을 다하여 존귀하신 주님만을 사랑하고, 섬김과 헌신을 실천하게 하소서.

계산적 합리적 세상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거룩한 사랑의 낭비를 삶 속에서 실천하며 예수님의 온전한 제자로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를 구원해주신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