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수 목사 칼럼

항복이 행복이 됩니다

[야고보서 4:6~7] 그러나 더욱 큰 은혜를 주시나니 그러므로 일렀으되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

고 하형록 목사님은 자신의 삶, 특히 위기와 기적 속에서 체험한 은총을 “페이버(favor)”라는 개념으로 풀어냈습니다. 즉, 하나님이 주시는 선한 은혜와 호의가 단순한 ‘은혜’의 개념을 넘어, 이웃과의 나눔과 연결된 삶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형록 목사님의 책 <W31>에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저는 목회를 하셨던 아버지를 따라 부산 한센병 환자촌에서 자랐습니다.

당시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핍박은 정말이지 너무 심각했습니다.

형님과 저는 한센병 환자촌에서 산다는 이유만으로 날마다 동네 아이들의 조롱과 따돌림과 놀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매일 수모를 당하면서 우리는 자신감을 잃어갔습니다. 아이들과 마주치는 것조차 기피하며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제 또래의 한센병 환자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이런 수모를 견딜 수 있니?

그러자 그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게 바로 나야. 나도 이런 병을 앓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게 나인 걸 어쩌겠니? 그래서 그저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그리고 이제는 주님의 품 안에서 평화롭게 지내고 있어.”

저는 되물었습니다.

“사람들이 너를 피하고 세상이 따돌리는데 어떻게 평안할 수 있단 말이야?

그러자 그 아이는 다신 평온한 가운데 말했습니다.

“주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지. 하지만 하나님은 특별히 나를 한센병 환자로 만드셔서 내가 주님께 쉽게 항복하도록 하셨어. 나 스스로 선택한 길은 아니지만, 주님은 내가 그분께 항복하도록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만드신 거야.”

[야고보서 4:10] 주 앞에서 낮추라 그리하면 주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

저는 1969년 선교사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따라 필라델피아로 가게 되었습니다. 

서툰 영어로 인해 조용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과학과 공학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펜실베니아 대학교와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 후 최고의 주차빌딩 건축 설계 회사인 워커사에 입사해 스물아홉의 나이에 중역의 자리에 오를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렸습니다. 

아내와 두 딸을 둔 저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고 이러한 삶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1991년 10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심실빈맥’

심장이 불시에 빠른 속도로 계속 뛰어 죽을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 찾아 온 것입니다. 

건강에 대해서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자신하던 제가 33살의 젊은 나이에 생사를 오가는 지경에 처했습니다.

어리석게도 저는 심장을 이식 받는 역경을 맞닥뜨릴 때까지 어릴 적 그 한센병 아이가 말한 항복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처음 심장에 이상이 있어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도 주님께 항복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주치의가 “당신은 이제 심장 이식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을 때조차도 저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다른 선택이나 치료방법을 찾아보자고 우겼습니다.

다른 그 어떤 선택조차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저는 비로소 제게 남은 선택은 단 하나, 심장을 이식 받는 것뿐임을 깨닫게 되었고, 어둡고 조용한 방 안에 혼자 남겨졌을 때 저는 울었습니다.

제가 찾고자 했던 모든 선택의 가능성이 물거품이 되었고, 이제 주님 외에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날 밤, 저는 제 인생 처음으로 주님께 항복했습니다.

항복(surrender)ᆢ

이 단어는 현대인들에게 인기 없고 좋아하지 않는 말입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완전히 항복할 때 완전한 승리와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항복한다는 것은 숙명론적으로 단념하는 것이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내 삶을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수영할 줄 모르는 사람이 물에 빠지면 허우적거리다 익사해서 죽습니다. 그러나 수영 한번 배운 일 없는 개나 고양이를 물에 넣어 보면 빠져 죽지 않고 헤엄을 잘 칩니다.

그 이유는 짐승은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물에 몸을 완전히 맡기고 손발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제일 먼저 하나님께 맡기고 항복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길래 다 맡길 수 있을 까요?

✔하나님은 천지를 지으시고 만물을 운행하시는 전지전능하신 분입니다.

[창세기 1: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하나님은 바다와 육지를 지으시고, 해와 달과 수억만 개의 별들을 지으시고, 지금도 살아서 역사하시고 운행하고 계십니다.

✔사랑이 극진하신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독생자를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도록 우리를 위해 내어주신 분입니다. 

[로마서 5:8]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해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고통도, 즐거움도, 성공도, 실패도, 아픔도, 상처도, 지나고 보면 모두 우리에게 좋게 해주시는 선하고 좋으신 하나님이십니다.

이렇게 능력이 무한하시고 생명을 버리시기까지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좋게 해주시는 하나님께 항복해서 손해날 것이 무엇이며 맡기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도 죽음이라는 역경에 직면하셨을 때 다른 선택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기꺼이 항복하셨습니다. 그리고 부활의 능력과 영생의 소망을보여주셨습니다.

항복은 우리의 인생에서 어려운 결단이자 가장 큰 도전입니다. 

하지만 일단 주님께 항복하면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큰 강점이자 축복이 됩니다.

우리는 나 자신을 낮추고 진심으로 항복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항복은 용서의 기반이 되며, 항복은 사람들이 하나되게 하는 단합의 기폭제가 되고, 항복은 우리를 영광스러운 삶으로 이끄는 힘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항복이 축복임을 깨닫고 죽기까지 낮아지신 주님 앞에 나 자신을 낮추고 납작하게 엎드려 항복하시길… 항복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실 주님을 찬양하시길 기도합니다.

🙏생사화복의 주관자이신 하나님 아버지, 연약한 저를 통해 놀라운 일을 행하시고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절망의 낭떠러지에서 앞이 안보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여 방황할 때ᆢ 수영을 못하면서 허우적 대는 어리석은 자 되지 않게 하시고 주님께 온전히 항복하며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의지하고 기도하게 하소서.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늘의 위로와 평안으로 저의 마음을 지켜주시고 근심이 밀려올 때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언약을 기억하게 하시고, 그 말씀을 붙잡고 주님 앞에 나아가게 하소서.

이 세상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하나님께서 그 동안 주셨던 은혜를 잊고 사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할 때 모든 것을 더하시는 역사와 회복의 은혜를 맛보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