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수 목사 칼럼

수치감정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마 11:28).

요즘은 과학은 눈부실 정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우울증에 시달리며 숨어 버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만났던 분 가운데는 5 년 동안 방안에서 나오지 않고 숨어 살던 분도 있었고, 10 년 20 년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예수님 믿고 치유 받아 기쁨과 감사로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너무 안타깝게도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시대에 우울증, 조울증(양극성 장애), 공황장애, 고공공포증, 대인기피증과 같은 정신적 어려움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영적, 공동체적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영역이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는 경쟁, 불안, 고립이 큰 특징입니다.

SNS와 미디어는 비교와 열등감을 증폭시키고, 불안과 수치를 심화시키며, 사람들을 더 고립시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인관계가 위축되고, 대인기피증이나 공황장애가 늘어났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울증과 조울증 같은 정서적 질환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22년 기준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사람 수는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성경 안에도 인간의 깊은 절망과 우울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다윗: “내가 물에 빠져서 깊은 진흙에 서 있으며… 나의 눈은 하나님을 바라기에 피곤하였나이다.” (시 69:2-3)

엘리야: 로뎀 나무 아래서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이제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왕상 19:4)

욥: 고통 속에서 “내가 태에서 죽었더라면 좋을 뻔하였느니라” (욥 3:11)

왜 우리는 수치심을 느낄까요?

누군가의 시선을 피하고 싶고, 마음이 웅크려져 관계를 끊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수치는 단순한 죄책감을 넘어, 나를 통째로 부정하게 만드는 힘을 가집니다. 그래서 수치는 관계를 끊고, 침묵하게 하고, 숨게 만듭니다.

성경은 인간의 수치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보여줍니다.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니라”

(창 2:25)

그러나 죄짓고 불순종한 이후,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창 3:10)라는 고백이 나옵니다. 

죄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깨뜨리고, 그 자리에서 수치와 두려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수치는 죄의 열매요, 단절의 그림자입니다.

신앙 여정에서 죄책감은 때로 유익합니다. 마음을 찔러 회개로 이끌고(고후 7:10), 하나님께 돌아오게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수치감정은 “나는 근본부터 잘못되었다”는 정체성의 왜곡을 만들며, 사람과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수치는 “빛으로 나가게 하는 뉘우침”이 아니라 “숨게 만드는 압박”입니다. 그래서 복음은 죄의 용서만이 아니라 수치의 회복까지 다룹니다.

태초부터 인간의 수치를 덮으시는 하나님을 볼수 있습니다.

범죄 직후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습니다(창 3:21). 

심판의 선언 속에서도 수치를 덮어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가장 먼저 기록됩니다. 이후 성경은 이 주제를 반복합니다.

사 61:10 “그가 구원의 옷으로 내게 입히시며 의의 겉옷으로 더하셨다.”

눅 15장 탕자는 더러워진 옷을 입고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가장 좋은 옷을 입혀 아들의 존귀를 회복시킵니다.

하나님은 수치를 지우는 정도를 넘어, 새 신분을 입히십니다.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벧전 2:9)이라 부르십니다.

복음의 핵심은 단지 “네가 벌을 면했다”가 아니라, “네가 다시 내 아들, 내 딸이다”는 선포입니다. 수치가 무너지는 자리는 바로 신분이 회복되는 자리입니다.

예수님은 수치를 똑바로 마주하시고 깨뜨리셨습니다.

히 12:2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십자가는 로마 시대 최고의 수치형(羞恥刑)이었지만, 주님은 그 수치를 꿰뚫고 영광을 드러내셨습니다.

히 2:11 “예수는 그들을 형제라 부르기를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신다.” 수치로 고개를 들 수 없는 우리를 향해, 주님은 “내 형제, 내 자매”라고 부르십니다.

요 4장의 사마리아 여인은 수치 때문에 한낮에 우물로 왔지만, 예수님은 가장 깊은 갈증과 상처를 만지시고 증언자로 세우십니다.

요4:28

“여자가 물동이를 버려 두고 동네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이르되”

막 5장/눅 8장 열두 해 혈루증 여인은 “수치의 질병”으로 군중 속에 숨어 있었지만, 예수님은 그녀를 드러내어 “딸아, 평안히 가라” 하시며 존귀를 회복시킵니다.

요 8장 간음 중에 잡힌 여인에게 주님은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십니다. 수치의 돌팔매 대신 은혜의 말씀이 쏟아졌습니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죄는 용서되고, 수치는 새 이름으로 덮입니다.

성경은 반복해서 믿는 자에게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고 선언합니다.

시 34:5 “그들이 주를 앙망하고 광채를 내었으니 그들의 얼굴은 부끄럽지 아니하리로다”

사 54:4 “두려워하지 말라… 수치를 당하지 아니할 것이며… 부끄러움을 잊을 것이라.”

욜 2:26-27 “내 백성이 영원히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리라.”

롬 10:11 / 벧전 2:6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롬 8:1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히 4:16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수치의 반대는 뻔뻔함이 아니라 담대함입니다. 

담대함은 “내가 괜찮다”가 아니라, “그분이 나를 의롭다 하셨다”는 믿음에서 나옵니다.

(롬 8:33-34)

“누가 능히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들을 고발하리요 의롭다 하신 이는 하나님이시니 

누가 정죄하리요 죽으실 뿐 아니라 다시 살아나신 이는 그리스도 예수시니 그는 하나님 우편에 계신 자요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는 자시니라”

수치에서 광채로 옮겨 가는 길은 한순간의 감정전환이 아니라, 복음으로 정체성을 다시 쓰는 여정입니다. 

내 실패와 상처를 가린 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나아갑니다.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히 4:16). 

수치는 숨게 만들지만, 복음은 고백으로 치유합니다.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깨끗하게 하시며”(요일 1:9). 

신뢰할 수 있는 동행자와의 나눔, 목회자 혹은 상담자와의 대화는 수치의 고리를 끊는 통로가 됩니다

(약 5:16)

“그러므로 너희 죄를 서로 고백하며 병이 낫기를 위하여 서로 기도하라 의인의 간구는 역사하는 힘이 큼이니라”

수치는 “너는 결함이다”라고 속삭입니다. 그러나 말씀은 “너는 사랑받는 자”라고 말합니다.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다(고후 5:17). 주를 바라보는 내 얼굴은 빛난다(시 34:5). 주를 믿는 나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는다(롬 10:11).”

수치는 어깨를 웅크리게 하고 시선을 아래로 깔게 합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시선을 들고, 찬양을 소리 내어 부르고, 무릎을 꿇거나 손을 드는 행위는 영혼을 일으킵니다(롬 12:1).

수치는 혼자일수록 자랍니다. 그러나 서로 받으라(롬 15:7), 서로 격려하라(히 10:24-25) 는 명령은 공동체가 수치의 반대말임을 보여줍니다. 

교회는 “완벽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치유받는 죄인들의 집”입니다.

히12:2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주님을 바라보며 한 걸음 순종할 때, 수치의 권세는 줄고 담대함은 자랍니다.

(시 34:5)

“그들이 주를 앙망하고 광채를 내었으니 그들의 얼굴은 부끄럽지 아니하리로다”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수치를 당하지 아니할 것이며… 부끄러움을 잊을 것이다.”(사 54:4)

“내 백성이 영원히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리라.”(욜 2:26-27)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롬 10:11)

“예수는 그들을 형제라 부르기를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니라.”(히 2:11)

수치는 “나는 틀렸어”라고 말하지만, 복음은 “너는 내 사랑하는 자”라고 선포합니다. 그 음성을 매일 들을 때, 우리는 숨음에서 나와 광채를 회복합니다.

“내가 너를 결코 버리지 아니하고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히 13:5).

🙏사랑의 하나님 아버지,

수치로 웅크린 우리를 아시고, 숨은 곳에서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에 감사합니다. 

죄로 인해 깨어진 관계 속에 들어온 두려움과 수치를 주님의 십자가 앞에 내려놓습니다. 

예수님, 부끄러움을 개의치 않으시고 십자가를 지신 그 사랑으로 우리를 감싸 주옵소서.

주님, 우리에게 구원의 옷과 의의 겉옷을 입히시고(사 61:10), 광채를 회복하게 하소서

(시 34:5).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는 약속을 붙들게 하시고(롬 10:11),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가게 하옵소서(히 4:16). 

숨게 만드는 거짓의 속삭임을 끊고, 진리 안에서 자유하게 하소서.

교회 공동체가 서로를 정죄가 아닌 환대로 맞이하게 하시고, 상한 마음이 말씀과 기도로 치유되게 하옵소서. 

우리의 이야기가 수치로 끝나지 않고, 주께서 주신 새 이름과 새 노래로 마침표 찍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