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수 목사 칼럼

용서의 신비와 기적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기적과 신비로운 경험들을 만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 가운데 가장 크고 깊은 기적은 바로 용서라는 신비한 기적입니다.

용서는 우리 삶의 윤활유와도 같습니다. 용서가 있을 때 마음의 거친 모서리가 부드러워지고, 메마른 관계가 다시금 따뜻하게 흘러갑니다. 용서를 살아낼 때, 우리의 삶은 한층 더 유연해지고 풍성해집니다.

[마태복음 6:14~15]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어느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가까운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친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모욕에 가까운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깊은 상처를 받고 난 뒤 그 교수는 친구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입으로 말하면서도 속에서는 그를 미워하는 마음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그를 용서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덧 그의 마음은 미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서 그 교수가 잠을 자려고 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그 교수는 눈을 감고 묵상을 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네가 잡은 멱살을 놓아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이런 말을 하는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럴 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순간 그는 하나님이 자기를 깨우치는 음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자기가 누구의 멱살을 잡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얼거리듯 낮은 소리로 "제가 누구의 멱살을 잡았단 말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마음속에 이 며칠 동안 비난했던 바로 그 친구의 멱살을 잡았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멱살을 놓아라." 

이 말은 계속 그 교수의 뇌리에 박혀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친구를 용서하지 못하고 분개한 마음으로 그를 비난하고 마음속으로 욕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으로는 그의 멱살을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것이 분명히 하나님의 경고임을 깨닫고 하나님 앞에서 흐느끼면서 한 시간 동안을 울며 회개했습니다.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저를 먼저 용서해주세요."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울면서 회개하고 났더니 가슴이 시원해질 뿐 아니라 그 친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를 위해 기도하고 축복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 교수는 다음 날 바로 친구를 찾아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하나님이 형제를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축복했습니다. 

[잠언 19:11] 노하기를 더디 하는 것이 사람의 슬기요, 허물을 용서하는 것이 자기의 영광이니라 

나에게도 아직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는지요?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카톡을 차단하고 그 사람이 나오는 모임에는 나가지 않고 안부딪히려고 애쓰는 그런 사람… 몇 명이나 되나요? 

‘용서’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마음 깊이 진심으로 용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내게 손해를 끼치고 고통을 주고, 일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억울한 누명을 씌운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이 어찌 쉬울 수가 있을까요? 

그래서 헨리 나웬은 용서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로는 종종 '용서합니다' 하면서 그 말을 하는 순간에도 마음에는 분노와 원한이  남아 있다. 여전히 내가 옳았다는 말을 듣고 싶고, 아직도 사과와 해명을 듣고 싶고, 끝까지 너그러이 용서한 데 대한 칭찬을 돌려받는 쾌감을 누리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몇 번이나 용서할 수 있을까요? 

한두번… 기껏해야 3번정도는 억지로라도 할수 있을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몇번을 용서하라고 말씀하실까요? 

[마태복음 18:21~22] 그 때에 베드로가 나아와 이르되 주여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 

예수님은 왜 일곱번을 일흔 번 즉 490번까지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이 말의 의미는 용서의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용서하라는 의미입니다. 

주님은 왜 이렇게 어려운 용서를 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일까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곧 자신이 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용서하지 않고 산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우리 자신이 하나님 앞에 용서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미운 사람에 대한 분노, 나에게 상처 준 사람에 대한 미움은 결국 우리 자신을 병들게 합니다. 미움과 분노는 또다른 미움과 분노를 낳습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평안도 천국도 없기 때문입니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는 그의 “잃어버린 기술, 용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용서를 해야 하는 데에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에, 우리가 복수를 선택했다면 우리의 삶은 분노로 타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앙갚음을 했다 하더라도 남는 것은 공허함 뿐입니다. 

그러나 용서는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또한 용서는 하나님의 선물이며 은총입니다. 이런 용서를 통해 저는 정말 삶의 만족을 누리고 있습니다.” 

만델라가 만일 “나를 27년 6개월간 어두운 감옥에 가둬 두다니… 절대 용서 못한다. 너희들도 한번 죽어봐라” 라고 했다면 남아공에는  아마 엄청난 내란이 일어났을것입니다. 

성경 인물 중 가장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복수하지 않고 용서와 화해로 사랑의모범을 보여준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요셉(Joseph)입니다. 

요셉은 야곱의 12명의 아들 가운데 라헬에게서 태어난 11번째 아들입니다. 

17살 나이에 이복형제들에게 시기를 받아 죽임을 당할 뻔하다가 애굽에 노예로 팔려가 애굽의 시위대장 보디발 장군의 종으로 들어갔지만, 보디발의  아내의 유혹을 거절했다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고, 세월이 지나 총리가 되었습니다. 

심한 기근으로 자신을 노예로 팔았던 형제들을 만났을 때 대제국의 총리로서 복수할 수 있었으나, 그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였다고 말하며 형들을 용서했고 화해했습니다. 

[창세기 45:8] 그런즉 나를 이리로 보낸 이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 하나님이 나를 바로에게 아버지로 삼으시고 그 온 집의 주로 삼으시며 애굽 온 땅의 통치자로 삼으셨나이다 

요셉은  자신의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은 도구가 된 것이라고 고백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요셉은 어떻게 이렇게 용서를 넘어 화해까지 할 수 있었을까요? 

요셉은 먼저 피해자가 마음을 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형들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수 있게끔 기회를 주었고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화해의 구도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형들의 결정적인 변화를 확인한 후 자신의 정체성을 말했습니다. 

화해는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할 때 가능합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언제나 형제자매에게 상처 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적극적으로 회개하고 찾아가 용서를 빌고 화해를 구해야 합니다. 

포용하기 위해서는 포옹을 해야 합니다. 

포옹은 강제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가 있더라도 협의와 인내심을 가지고 팔을 벌리고, 기다리고, 포옹하고, 풀어주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팔을 벌리는 것은 큰 리스크가 따릅니다. 내가 오해를 받고 경멸당하고 박해를 받을지 혹은 이해하고 지지하고 화답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리스크가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신 그 사랑으로, 

죄 없으신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우리를 구원해주시고 십자가에 매단 자들을 용서하고 구원해주신 그 사랑으로, 

손양원 목사님이 자신의 아들을 죽인 안재선을 용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에 순종함으로 양자까지 삼은 그 사랑으로 우리는 화해를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영원한 피난처인 하나님의 품에 안겨 절대 용서하지 못할 사람조차도 포옹하며 응어리를 풀고 용서를 넘어 화해로 나아가길 기도합니다. 

🙏사랑의 하나님 아버지, 복수를 위해 일생 동안 타인의 삶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하시고, 진심어린 용서로 응어리를 풀고 화해하며 예수님의 온전한 제자로 살아가게 하소서.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과 인내심으로 팔을 벌려 기다리고, 안아주고 풀어주는 과정을 통해 용서를 넘어 화해하게 하소서. 

지금 생각나는 그 사람에 대한 잘못과 미움을 생각하며 내가 잘못한 것은 회개하고 용서를 빌고, 그 누군가에 대한 복수심은 버리고 온전히 용서하고 화해하여 남은 생애를 아름답게 살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