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수 목사 칼럼

윤리 방정식 

경제가 계산하지 못하는 마음의 수학이 있습니다.

어느 날, 멀리 떨어져 살던 아들을 보기 위해 한 어머니가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모자는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서로 바쁜 삶 속에 살고 있기에, 이튿날 아침엔 아쉽게도 다시 헤어져야 했습니다.

아들은 힘들게 사는 어머니의 삶을 생각하며, 미리 준비해둔 20만 원을 어머니 지갑에 몰래 넣어드렸습니다.

어머니가 집에 돌아가 지갑을 열며 그 돈을 발견할 모습을 상상하며, 아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책상 위에 펴놓은 책갈피에서 아들은 우연히 또 다른 20만 원과 함께 한 장의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요즘 힘들지? 방값 내는 데라도 보태거라.”

그것은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몰래 두고 간 돈과 정성 어린 손편지였습니다.

이 따뜻한 이야기는 독일 작가 에리히 케스트너

(Erich Kästner)의 단편 속 한 장면입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아들과 어머니는 각자 20만 원을 주고받았으니 손해도 이득도 없는 ‘0의 거래’입니다. 제로 썸입니다.

하지만 케스트너는 여기서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선 ‘윤리 방정식’을 소개합니다

경제 방정식은 이익과 손해를 숫자로 계산합니다.

그러나 윤리 방정식은 사랑과 배려를 마음으로 계산합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위해 20만 원을 줬고, 어머니에게서 20만 원을 받았기에 마음의 이득이 생겼습니다.

어머니 역시 아들을 위해 20만 원을 주었고, 아들로부터 20만 원을 받았기에 기쁨이 생겼습니다.

케스트너는 말합니다.

“이렇게 하면 두 사람 모두 40만 원의 순수한 기쁨을 얻은 것이고, 합치면 80만 원어치의 사랑이 창조된 것이다.”

즉, 계산은 같지만 사랑은 배가되는 새로운 수학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성경은 이러한 사랑의 방정식을 오래전부터 말씀하고 있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사도행전 20:35)

이 말은 단순한 도덕이 아닙니다.

주는 사랑 안에만 있는 기쁨의 비밀,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계산법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보이지 않게 행한 선한 일은 하늘의 아버지께서 은밀히 보시고 갚아 주실 것이다.”

(마태복음 6:4)

사랑과 희생은 때로 사람들에게 잊히고, 평가받지 못할 때도 있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기억하시고, 영원한 보상으로 채우십니다.

전도서 11장 1절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

(개역개정)

당장 보기엔 헛된 일 같고, 아무 소득도 없어 보이는 나눔과 섬김, 베풂과 투자를 의미합니다.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선한 행위가 열매를 맺고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보이는 즉각적인 보상은 없어도, 결국 하나님의 때에 결실이 온다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선한 일, 나눔, 용서, 섬김은 당장 보상이 없어도 가치 있습니다.

하나님의 방식은 때로 느리지만,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갈라디아서 6:7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때가 이르면 거두리라.”

 갈라디아서 6:9

윤리 방정식은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사랑을 통해 숫자로 셀 수 없는 기쁨을 창조합니다.

그 기쁨은 경제 그래프에도, 손익 계산서에도 나오지 않지만, 하나님의 마음에는 깊이 기록되는 삶의 열매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이런 선택을 합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남을 돕고, 말없이 참으며 가정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하고 섬기는 것을 선택합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윤리 방정식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더하는 삶입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자요,

모든 사람을 칭찬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랑받는 자이며,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가장 강한 사람이다.”

세상은 오늘도 경쟁과 성과의 방정식을 강요하지만, 우리는 윤리와 사랑의 방정식 속에서 살아가길 원합니다.

질투와 비난, 소문과 평판에 흔들리지 않고, 남몰래 흘린 눈물과 섬김이 하늘에 상달되는 기쁨임을 믿으며 밝고 따뜻한 길을 걸어가는 지혜롭고 사랑받는 강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사랑과 자비의 하나님,

세상의 계산이 아닌, 주님의 방정식 속에서 살아가게 하소서.

손익을 따지는 삶이 아니라, 희생과 배려로 더해지는 기쁨을 아는 삶이 되게 하시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한 사랑이 하늘에 닿게 하소서.

우리도 어머니와 아들처럼, 주는 기쁨과 받는 감사가 겹쳐지는 삶을 살아가게 하시고, 그 안에서 주님이 주시는 하늘의 이익을 누리게 하소서.

세상의 기준이 아닌 주님의 시선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격려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