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수 목사 칼럼

바둑에서 배우는 인생의 지혜

젊은 시절, 군대 고참 시절에 바둑에 빠져 밤을 꼬박 새우던 때가 있었습니다.

토요일 밤을 지새우고 주일 아침 교회에 가면, 예배 시간에 눈을 감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만 감으면 기도소리는 들리지 않고 바둑판이 눈앞에 선명히 떠오르곤 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아다리’ 소리가 들려오고, 결국 비몽사몽한 상태로 예배를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잠깐의 방황이었지만, 바둑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지혜는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집중력입니다. 무엇보다도 바둑은 한 수 한 수 집중하며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바둑에는 더 깊은 깨달음이 있습니다. ‘반외팔목(盤外八目)’이라는 바둑 격언입니다.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구경하는 사람이 여덟 수, 여덟 집 정도 더 본다는 말입니다.

왜일까요?

바둑판 위에 앉은 사람은 승부의 긴장과 감정, 욕심에 휘둘리기 쉽지만, 판 밖에서 보는 사람은 보다 차분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읽기 때문입니다.

이 지혜는 바둑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이라는 바둑판 앞에 앉아 수많은 결정과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불안과 두려움, 초조함과 조급함으로 인해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삶의 판 밖에서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여호와의 눈은 온 땅을 두루 감찰하사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들을 위하여 능력을 베푸시나니.”

(역대하 16:9)

우리는 지금 당장의 한 수밖에 보지 못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시작과 끝, 미래까지 모두 아시는 분이십니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요 시작과 끝이라.”

(요한계시록 22:13)

“이제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이” 그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때로는 한 수 잘못 두었다고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왜 그렇게 선택했을까?”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어땠을까?”

“왜 하나님은 그때 침묵하셨을까?”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말씀합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28)

하나님은 우리의 실수조차도 사용하셔서 선으로 바꾸십니다. 심지어 실패처럼 보이는 수마저도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하나님은 단지 판 밖에서 구경만 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 속에 직접 들어와 함께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이사야 41:10)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때로는 우리의 눈에 답이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이 막막해 보여도, 하나님은 늘 우리와 함께 인생의 돌을 놓으십니다.

그래서 요한삼서에서 사도 요한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 자녀들이 진리 안에서 행한다 함을 듣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 없도다.”

(요한삼서 1:4)

하나님의 기쁨은 우리가 진리 안에서 행하는 것입니다.

불안과 조급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인도하심 안에서 한 수 한 수 걸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리 안에서 하나님의 시선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요셉처럼 말입니다.

억울함 속에서도 원망하지 않고, 감옥에서도 불평하지 않으며, 오히려 하나님의 시선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라본 사람이 바로 요셉입니다.

“당신들이 나를 이 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창세기 45:5)

이 구절에서 요셉은 자신의 아픔과 억울함을 넘어, 하나님의 큰 계획을 바라보며 형들을 위로합니다.

인간의 악함도 하나님의 선하신 뜻 안에서 사용되었다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예레미야 29:11)

오늘 우리의 삶에도 이런 지혜가 필요합니다.

1. 오늘 하루를 복기하십시오.

오늘 내가 둔 삶의 수를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겸손히 점검하십시오.

2. 감정이 앞설 때 잠시 멈추십시오. 하나님은 감정의 파도 위가 아니라 평안의 가운데서 말씀하십니다.

3. 하나님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십시오.

오늘 내가 부족해 보여도,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나는 여전히 존귀한 존재입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

(야고보서 1:5)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부족함을 채우시고, 우리의 인생을 가장 선한 길로 이끄시는 분입니다.

🙏 사랑의 하나님,

오늘도 저는 삶이라는 바둑판 위에서 바쁜 수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눈은 흐려지고, 마음은 불안하여 때로는 가장 중요한 수를 놓칩니다.

주님은 판 밖에서 모든 것을 아시는 분이시며 또한 제 옆에서 함께 돌을 놓으시는 참된 조력자이십니다.

저의 욕심과 조급한 감정이 앞서지 않도록 도와주시고, 한 걸음 물러나 하나님의 시선으로 제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를 주옵소서.

제가 놓친 수, 잘못 둔 수조차도

주님은 그것마저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이심을 믿습니다.

오늘도 주님과 함께 복기하며,

한 수 한 수 당신의 뜻대로 살아가게 하옵소서.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하루 되게 하시고, 다시 힘을 얻어 당신의 길을 따라 나아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